이번 폭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대치동입니다.
특히 많은 학원이 밀집해있는 대치역에 물이 불어 인근 도로가 침수되면서 물바다가 되었는데요,
폭우가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오후 10시쯤에는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으로 아이들이 학원에 갇혀있다는 신고도 속출했다고 합니다.
인근 도로에도 물이 차오르면서 차량 침수피해도 컸습니다.
하지만 이 비 피해가 이미 예견된 자업자득 피해라는 의견이 많은데요, 이런 이야기들이 왜 나오게 된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2013년의 대치동
상습 침수구역이라는 불명예의 대치동은 2011년 폭우에도 환경미화원이 익사하고 수백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강남구의 요청에 따라 빗물 펌프장을 추가로 건설하기로 하고 설계용역에 들어갔는데요,
빗물 펌프장을 지을 장소는
개포 근린공원이 가장 유력하였지만 인근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주민의 반발이 극심해 결국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다고 판단된 초등학교 앞으로 결정되었다고합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앞세워 반대에 나섰는데요,
학교 앞 유일한 통학로인 편도 1차로 도로와 정문, 후문 앞에 물길을 내기 위해 땅을 10m 깊이에 200m 길이로 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부모회장은 “가뜩이나 통학로가 좁은데 공사까지 하면 아이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의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이진용 시 하천관리과장은
“30년 빈도의 비가 오는 것으로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대치초교 앞을 제외한 다른 후보지에 펌프장을 설치하면 대치역 사거리에 침수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왔다”며
“공사 중에 통행권 보장과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지만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발로 결국 대치초교 앞에 빗물 펌프장을 짓지 못했습니다.
결국 빗물 펌프장은 2017년 침수피해가 가장 심한 대치역에서 거리가 있는 학여울역 세텍 부지로 위치를 옮겨 완공되었다고합니다.
당시 네티즌들은
'진짜 아이들 안전문제만이 이유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라'
'대치동이면 좀 산다는 사람들이 이러네..' 라는 등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스스로 만든 재앙
2013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의 나이는 8살입니다. 현재 17살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이번 폭우로 대치동 학원에 갇힌 아이들중 상당수가 당시 대치초교를 다닌 아이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마비된 교통과 빗물에 갇힌 아이들, 인명피해를 보며 당시 반대 시위를 했던 학부모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2013년 당시 뉴스 글에는 아래와 같이 성지순례를 왔다며 당시 반대하였던 학부모들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습니다.
폭우때마다 피해입어도 '알리지 마라'
이러한 문제는 대치동 뿐만 아닌데요, 이번 폭우로 가장 피해가 큰 곳은 강남권 고가 아파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도 주차장이 잠기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근 서초동 아파트, 잠실과 대치동의 아파트들도 상관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파트들은 평균 거래가 3~40억에 달하는 고급 아파트인데요,
한 아파트 입주민은 "2~3개동 지하주차장이 완전히 침수됐는데도 관리사무소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까 숨기기에 급급했다"고 말했습니다.
반포동의 아파트 입주민도 "지하주차장 침수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고, 일부 가구에서는 천장에 물도 떨어졌다"면서 "누전 우려가 있어 에어컨을 틀지 말라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 말했습니다.
송파구 E아파트 입주민은 "지하주차장이 수영장이 되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물이 몰아쳤다"며 "건설사에 적극적으로 하자 사실을 알려서 빨리 고쳐야 하는데 집주인들이 전세가 안 나갈까봐 숨기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A동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누전, 감전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안내글에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올리지 말아달라"는 입주민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는데요,
집값 우려에 따른 이런 안일한 대처방식이 오늘 날의 대치동을 만든 것이 아닐까요?
한차례 큰 비소식이 예보되어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